2017-12-29 essay 0

품생품사 4화

보교육재단 청소년 인성 콘텐츠 「품생품사」, 제4화는 학교 안의 과도한 경쟁 상황 속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의 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와 경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고백합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꺾어야 할 경쟁자로, 또는 공동의 성과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로 느껴지던 순간들에 대해서요.

론 청소년 시기에 공정한 경쟁과 적절한 보상을 경험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경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서열화된 계급구조, 상위 대학 진학이 삶 전체를 규정 짓는다는 내면의식, 이로부터 비롯되는 ‘시기심’, ‘질투심’, ‘의도적 무시’ 등의 가시화된 감정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멀어지게 합니다.

기심과 탐욕으로 점철된 경쟁심이 우리 삶의 더 중요한 가치들보다 우선 했을 때, 그 끝에서 기다리는 승리는 기대하던 모습과 다를 것입니다. 상대의 실패가 내 성공을 담보하는 경쟁은 ‘상처뿐인 영광’, ‘폐허 위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화된 서열의식은 내 옆의 친구들을 ‘개성과 능력’ 대신 ‘등수와 점수’로 규정 짓게 합니다. 라이벌이거나, 혹은 짐이거나. 경쟁심만 남은 관계에서 우리는 따듯한 존중 대신 독단과 아집을 부리게 됩니다. 내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품생품사는 모두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 개개인이 가진 개성과 능력은 결코 성적과 등수로 평가될 수 없다는 이야기 또한 전하고 싶습니다.

러분을 경쟁으로 내몰며 이기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 부추기는 환경을 만든 것은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성적이 좋은 아이를 승리자처럼 추켜세우고 그 외의 친구들은 주변부로 밀어내며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방식에 순응하고 수용하는 대신, 진정 올바른 길을 제시하며 가치 있는 경쟁을 실행하는 것 또한 미래를 이끌어 갈 여러분만이 할 수 있는 하나의 용기 아닐까요?

 

우선순위 조정시간

 

김이도

 

 

 

 

「세상에서 제일 오랫동안 첫눈을 기다리고 있는 너에게」

수아야 안녕?
나는 조금 전에 학원 마치고 돌아와서 이제는 내 방 책상 앞이야.
집에 오자마자 책상에 앉았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열어버렸어.
처음에는 그냥 눈으로 스캔만 하고 잘 생각이었거든.

알지? 우리 집 냉동실 속 상태.
우리 엄마, 왕년의 테트리스 게임 기록 보유자답게 지퍼 백을 빈틈없이 차곡차곡 쌓아 두셨잖아.
그 완벽한 구조, 최적의 배치 속에서 어디선가 애처롭게 날 기다리고 있는 간식만을 찾아서 쏙 꺼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야.

진짜, 냉장고 냄새만 맡고 하고 도로 닫을 생각이었어.
그런데 오늘 낮에 집에서 내가 모르는 잔치가 있었는지 냉동실 두 번째 칸이 꽤 여유롭더라고.
거기 누워있던 냉동 핫도그랑 눈이 딱 마주쳤지.

얼마나 냉동실 구석에 오래 있었는지 하얗게 얼었더라.
걔가 너무 추워 보여서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돌려줬지, 따뜻하게.
그 담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그 아이를 그렇게 ‘내 뱃속에 저장!’ 했어.
이로써 난 한 달 하고도 17일, 그러니까 총 48일 연속으로 야식을 흡입하는 위업을 달성했어.

아, 지금 이순간의 네 표정이 그려진다. 아냐, 아냐. 그거 아냐.
축하 인사는 넣어둬.
나는 기쁘지 않아.
분명히 ‘내 뱃속에 핫도그를 저장!’ 했는데도 뭔가 허전해.
이상하게 내 속이 텅 빈 것 같아.
막 구멍이 뚫려서 바람이 쉭쉭 드나드는 느낌이야.
바람만 새어나가는 게 아니라 뭔가 나한테 없으면 안 되는 어떤 것도 함께 빠져 나가는 기분이야.
그래서 슬프다. 무섭고.
...핫도그 하나 더 돌릴까?

2017년 12월 1일
아침에도 보름달이 떠올랐던 이유를 전하며,
이수아의 등짝 스매싱이 절실한 김아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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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꿈이 꾸고 싶은, 눈 오는 겨울 밤 생각나는 내 친구에게」

수아야, 안녕! 지금 창 밖에 내리고 있는 눈, 너도 보고 있니?
올해는 유난히 늦은 첫눈이, 자기를 오래 기다린 너에게 늦어서 미안하다고 펑펑 함박눈으로 왔나봐.

하긴 네가 참 오래 기다렸지.
해마다 9월부터 첫눈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사람은 너뿐일 거야.

그런데 수아야, 요즘 잘 지내?

매일 교실에서 보는 너에게, 집에 돌아와서는 카톡으로 쉬지 않고 함께 재잘대던 너에게,
애써 어색하지 않은 척 하며 이렇게 되게 어색한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요즘 마음이 많이 답답해.

이게 언제부터였을까? 그래, 가위 바위 보 하던 그때부터였어.
경제 교과서 집필 조원을 정하던 창의 인재 아카데미 시간.

선생님께서 조원을 정해주시던 평소와 달리 그날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하듯 치열하게 경쟁해서 조원을 구성하자는 의견이 나왔잖아.
나진이랑 소라가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각 조의 조장만 먼저 선생님께서 선정해 주시면 그 다음에는 조장들끼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마음에 드는 조원을 한 명씩 선택하기로 했었지. 설레는 건지 떨리는 건지 어쨌든 잔뜩 긴장했었어.

왜냐하면 나는 5조 조장으로 뽑혀서 가위 바위 보를 하게 되었으니까.

첫 순서에서 이긴 내가 제일 먼저 뽑은 사람은 우리 반 1등 진영이었어.
두 번째로 내가 뽑은 사람은 지현이.
지현이는 성적도 좋지만 경제 교과서 집필 기획을 직접 건의한 기획자이기도 해서
조원이 된다면 우리 조에게 무척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어.

평소 가위바위보의 달인이던 나는 뜻대로 잘 되어가는 게 신이 나서 점점 흥분을 했던 것 같아.
세 번째 조원으로 경시대회 준비나 수행평가에 적극적인 나진이를 뽑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를 뽑으면 더할 나위 없는 환상적인 조원 구성이라고 말야.

그런데 내가 나진이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걸 봤어.
아, 그 때라도 나는 깨달았어야 했어. 나진이보다 먼저 네 이름을 불렀어야 했어.
아니, 어쩌면 나진이 대신이 아니라 그냥 맨 처음에 널 먼저 부르고 너랑 상의해서 조원을 결정했어야했는데...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어. 그 때는 내가 잘못 판단했다는 걸 전혀 몰랐었거든.

내가 나진이 이름을 부르고 나서 바로 다른 조에서 수아 네 이름을 부를 때에서야 나는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가 대단히 잘한 선택이라고 믿으면서 결국 너를 제일 나중으로 미뤘던 거였어.

지난번에 국어 선생님께서 ‘사람이 살아오면서 선택한 선택들이 모여서 그 사람이 된다’고 하셨었지.
누군가 살아오면서 자신을 위해 선택한 걸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조원을 뽑을 때 내가 선택한 기준은, ‘좋은 결과 얻기’ 가 우선이었어.
나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지만 왠지 슬퍼 보이는 너를 보면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봤고,
내가 한 선택과 나 자신이 모두 자랑스럽지 않았어.

그렇게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도통 교과서 집필에 집중이 안 되더라.
내가 맡은 부분은 국민 경제였는데 그 부분을 함께 담당했던 나진이는 내가 쓴 부분이 마음에 안든다며
단원을 아예 삭제하자고 주장을 해서 조원 모두와 다퉜고 결국 엉망이 되어버렸어.

그래, 내가 이기적이면서 또 어리석었던 거야.
그런데 말이야, 내가 정한 우선순위가 ‘좋은 결과를 얻기’ 같은 이기적인 것이었어도 나는 역시 너를 제일 먼저 선택했어야 했어.
나 이번에 정말 잘하고 싶었거든.
그런데 그럴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믿어주고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서로 도울 수 있는 친구와 함께해야 하는 거잖아.

나 때문에, 나의 바보 같은 선택 때문에 서먹해져서 우리 요즘 뚱~하지만 너는 항상 나의 베스트야.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네 등짝 스매싱이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

첫눈도 오고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더 이상 슬퍼하지 마.

참! 전에 책에서 봤는데 화나면 덜 먹고 슬프면 많이 먹는대.
뚱하다가 뚱뚱해지는 거야.
너도 야식? 너도 요즘 나처럼 둥실둥실 살이 오르는 게 심상치 않아. 너랑 나랑 다니면 보름달 정식이래.

우리, 나중에 최고의 뷰티 유투버가 되기로 했었잖아. 건강와 미모를 위해 서로서로 다시 감시해 주자.

수아야,
운동장이 온통 하얗게 된 거 봤어? 난 하얀 운동장을 보다가 우리가 꼬꼬마 시절 극장에서 같이 본 영화 ‘겨울 왕국’ 생각이 났어.
안나가 얼어 죽을까봐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피웠던 눈사람 울라프. 친구를 위해선 녹아도 괜찮다고...

수아야, 내일 아침까지 눈이 남아있으면 같이 눈사람 만들어 볼까?
아니면 뭐 둥글 분식에서 오랜만에 떡볶이 정식도 괜찮고.. 헤헤.

2017년 12월 12일
바보 열매 오 조 오 억 개 먹었다가 다 토하고 다시 태어난 아림이가